[前 쏘카 지두현 CTO 인터뷰 2/2] "다빈치가 개발 아웃소싱의 새로운 기준점이 되길 바랍니다."

네이버와 라이엇게임즈를 거쳐 쏘카 CTO를 역임하고, 현재 현대 오토에버 SW개발센터장을 맡고 계신 지두현 님을 만났습니다. 20년 넘게 개발자로 일해 오신 경험과 생각을 다빈치와 함께 들어보세요.
최혜원's avatar
Jul 12, 2024
[前 쏘카 지두현 CTO 인터뷰 2/2] "다빈치가 개발 아웃소싱의 새로운 기준점이 되길 바랍니다."

지난 글에서 지두현 前 쏘카 CTO님과 개발, 글쓰기 등에 관한 생각을 나눴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지두현 前 CTO님의 리더십을 보는 생각과, 다빈치와 일한 경험에 대한 얘기를 들어보세요.

Q. 지금의 철학을 만들어 준 인물이 있나요?

독서를 통해 지식을 많이 얻고 계시는데, 사람으로부터도 많이 배우는 것 같습니다. CTO님께는 그런 가르침을 준 은사, 동료, 선배가 있으셨나요?

네이버에 입사했을 때 CTO로 계셨던 분이 있어요. 그분을 보고 ‘와… 이 큰 기업에서 저런 방식으로 생각할 수도 있구나’라고 느꼈습니다. 제일 존경하는 분이에요. 당시(2010년도) 개발이 3D를 넘어 4D 직종으로 가던 때였어요.(웃음) 그런 상황에 네이버에서 그 CTO님을 모셨죠. 그분은 ‘코드의 지속성’을 강조하셨어요. 지속성을 평가할 때 하나의 기준에 맞춰 평가할 게 아니라, 전체를 조망하듯 봐야 한다는 얘기도 하셨습니다.

한 가지 일화가 있는데요. 네이버에 오신 후 Test Coverage(코드커버리지)를 도입하셨어요. 커버리지가 80%를 넘지 않으면 서비스 출시를 못 한다는 규칙이 생겼습니다. 도입 초기에 구성원들이 그 개념을 조금 오해했죠. 테스트 작성 문화를 만들기 위한 규칙이었는데, 저 기준만 넘으면 되는구나 하고 잘못 생각한 거예요. 저는 당시 안드로이드 기반 epub viewer를 개발하고 있었습니다. 동료들이랑 이걸 한번 제대로 만들어보자는 뜻이 맞아서, 지속 가능성을 생각하며 정말 치열한 고민 속에 만들었어요. 그런데 당시엔 모바일 환경에서 테스트 코드 짜기가 쉽지 않았거든요. 아무리 코드를 쪼개고 리팩터링해도 커버리지가 30%를 넘기 어려웠어요. 그래도 동료들과 많이 고민한 만큼 지속 가능성이 높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팀장님은 커버리지가 낮아 출시할 수 없다고 했어요. 그래서 제가 직접 CTO님을 찾아가 출시할 수 있다고 설득했습니다. Getter/Setter에까지 인위적으로 테스트를 넣는다면 커버리지를 높일 순 있겠지만 의미 없다고요. 그때 오히려 칭찬을 받았어요.

이후 저를 더 풍성하게 꽃피워준 분은 쏘카의 전임 CTO인 류석문 님입니다. 처음 만난 건 네이버였는데요, 제대로 같이 일한 건 라이엇게임즈에 가면서였어요. 꾸준히 글을 쓰는 제 모습을 좋게 봐주신 것 같습니다. 라이엇게임즈에서도 당연히 몇 번의 역경과 고난이 있었어요. 게임 리그오브레전드가 국내에서 워낙 인기가 많잖아요. 그만큼 핵, 욕설과 관련된 이슈가 많았죠. 그 과정을 헤쳐 나갈 때, 조직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옆에서 같이 많이 고민했어요. 그 때 많이 배웠죠. 어떻게 보면 쏘카에서 만들고 있는 조직도, 기반은 류석문 CTO님이 다져 놓으셨고요.

Q. CTO님이 생각하시는 본인의 리더십 스타일은 무엇인가요?

엄격한 리더, 포용적인 리더 등 다양한 리더십 형태가 존재하는데요. 지향하시는 리더십 스타일이 무엇인가요?

류석문 CTO님께 많이 배웠다 보니, 그분과 비슷하네요. 사람 중심 조직을 만드는 걸 제일 중요하게 둡니다. 사람이 결과를 만드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사람을 이해하는 상황에서 그 사람의 120%를 끌어내는 환경을 만드는 리더십이 되려 노력하고 있어요.

실제로 많이 혼내시나요? 왠지 호통을 잘 치실 것 같은 이미지신데…

제 지향점 중 하나가 ‘내가 굳이 완벽할 필요 없다’에요. 오히려 완벽하지 않다고 대놓고 티를 내려 하죠. 라이엇게임즈와 쏘카를 거치면서 평상시에는 친근한 리더가 되자는 게 소신이에요. 하지만 판단이나 결정을 맡았을 때는 가부를 명확하게 이야기해야 하죠. 의사결정을 하는 순간에는 무서운 리더가 될 필요도 있어요.

예로 개발할 때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시간을 아끼기 위한 다양한 개발 도구를 몸에 익혀야 해요. 그렇게 1분이든, 10분이든 번 시간으로 휴식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취미를 즐기거나, 자기 발전에 도움 되는 다른 생활을 할 수 있잖아요. 따라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게 좋은 엔지니어가 되는 길이기도 해요. 반대로 개발 도구를 쓰지 않는다는 건, 시간 관리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의지가 낮은 거죠. 좋은 엔지니어의 태도가 아니에요. 그러니 필요할 때는 단호하게 말해야죠. 한 번 호통을 치고 나면 다시 친근감을 쌓는 과정이 따라오고요.

평상시에는 좋은 사람이지만, 가까워질 수 없는 사이인 리더십을 추구해요. 친한 사이가 될 수는 없어요. 결정이나 판단의 순간에는 어려운 얘기를 해야 하는 자리잖아요. 양면성 있는 존재일 수밖에 없죠.

쏘카라는 큰 조직을 이끄실 때 어려움은 없으신가요?

‘사람 중심’의 조직을 만드는 걸 최우선 과제로 두다 보니, 채용이 쉽지 않았어요. 서류 검사를 없애고 코딩 테스트 등으로 역량이 충분히 검증되면 합격하도록 프로세스를 개선했습니다. 이 방식이 잘 작동해서 다행히 영입 어려움은 많이 줄었어요. 그리고 내부 인력을 리더십으로 키우는 일에도 신경 쓰고 있어요.

Q. 데모 중심의 애자일한 개발을 강조하시는데, 다빈치 팀과 함께 일하며 느끼신 점 무엇이든 말씀해 주세요.

2014년 초에 쓰신 “쓰여지기 위해 만드는 개발”이라는 글과, AWS 키노트에서 "Awesome Architecture is Working Architecture”라고 말씀하신 걸 봤습니다. 다빈치 팀이 일하는 방식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아주 좋았어요. 제가 추구했던 ‘일하는 방식’과 거의 일치했어요. 2003년부터 애자일을 공부했는데요, 2006~2007년쯤에 아 이건 한국에서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한국은 무조건 워터폴 방식이 맞겠구나 싶었죠. 네이버에서도 비슷한 갈증을 느꼈어요. 나온 기획서를 보니 안 쓸 것 같은 기능을 만들어야 하는 거죠. ‘이거 정말 쓰이는 기능인가?’라는 의문이 있었어요. 그래서 만들고, 데모하고, 만들고, 데모하고 반복하는 시도를 했죠. 실제로 그렇게 해보니 필요 없는 기능이 많이 나와 덜어냈어요.

다빈치도 같은 접근 방식을 취해서 일하며 잘 맞았어요. 동시에 ‘젊은 친구들이 국내 아웃소싱 판에서 이런 식으로 접근한다고? 이게 가능할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펙 변경이 있을 때 어떻게 소화할까 걱정도 들었고요. 다른 국내 고객사들과도 같은 방식으로 일할 수 있었는지를 오히려 제가 물어보고 싶네요. 경직된 절차를 가진 고객들은 기능명세서 중심으로 업무를 진행하거든요.

다빈치가 개발 아웃소싱의 새로운 기준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국내 아웃소싱에서 개발한 것 중 실제로 쓰이는 것이, 제 느낌엔 30%에 불과한 것 같아요. 나머지는 쓰이지도 않고 버려져요. 이런 관행이 바뀌려면 다빈치의 접근 방식이 잘 유지되고, 더 널리 퍼져야 해요. 다만, 발주사 입장에서 아웃소싱은 예산이 정해져 있어요.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중간에 무조건 스펙 변경이 생겨요. 하지만 변경이 생겨도 예산은 같으니 아웃소싱 개발사에만 독이 되죠. 그래서 변동성 관리가 중요할 것 같은데, 관리가 잘 된다면 ‘쓰이는 결과물을 만들겠다’는 정신은 정말 좋습니다. 변동성 관리만 더 발전시켜서 강화하면 다빈치가 개발 아웃소싱의 best practice가 될 것 같아요.

저도 인생 마지막 커리어로 SI 회사를 하려는 생각을 진지하게 해요. SI를 차리는 건 한국에도 제대로 된 개발 조직을 만들겠다는 제 오랜 목표를 달성하기에도 좋은 길이거든요. 개발을 개발답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국내 개발 문화를 좀 바꿔보고 싶어요. 다들 소위 말하는 ‘네카라쿠배’를 가고 싶어하죠. 하지만 실제 개발 업무의 상당 부분이 아웃소싱 업체에서 이뤄져요. 기업에서 실제로 일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뜻이죠. 진짜 일은 SI에서 하는 경우가 많아요. 국내의 경직된 환경을 바꾼다는 게 진짜 어려운 일인데, 다빈치가 제가 하려고 했던 것과 굉장히 흡사히 일하고 있어서 정말 놀랐어요. 젊은 사람들이 모여 새로운 방식으로 도전하는 모습에 응원을 보냅니다.

Q. 마지막으로 끊임없이 무언가에 열정적으로 도전하고 계신데, 그 원동력은 어디서 오나요?

‘왜 세상이 이따위야?’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개발이든, 세상이든 ‘왜 꼭 이렇게 돌아가야 하지?’ 의문이 자주 들죠. 그 생각이 기회라고 보고, 기회가 있을 때 그 기회를 십분 활용하고 싶어요. 현실적으로 체력이 중요한 요소니까, 앞으로 한 십년 정도 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데요. 그 안에서 세상을 바꿀 기회가 있다면 붙잡아야죠.

30대 초반에는 ‘왜 제품이 이따위지?’라는 고민을, 40대에는 ‘왜 서비스 조직이 이따위지?’라는 고민을 했어요. 지금도 하고 있는, 남은 10년의 고민 주제는 ‘왜 IT 선진국이라고 하는 한국의 개발판이 이런 모습일까? 왜 안 바뀔까? 제대로 개발하는 조직은 어떤 모습일까?’네요. 저는 굉장히 비판적인 편이라 무엇을 봐도 대부분 나쁘다는 평가를 내리는데요. 우아한형제들은 드물게 좋은 레퍼런스로 보였어요. 제가 만들고 싶었던 개발 조직의 모습과 흡사해서 ‘신박한데?’라는 시선으로 바라봤어요. 그 기조나 스타일이 깨지지 않고 오랫동안 지속되면 좋겠어요.

두 시간 남짓 한 인터뷰 동안 많은 인사이트를 얻었습니다. 뜻밖의 칭찬과 응원을 보내주셔서 열심히 일한 보람 또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귀한 시간 내주신 지두현 CTO 님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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